처음 마라톤에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 반응은 반반이었다. “와, 멋지다!” vs “정신 나갔냐?” 하지만 달리는 사람만 아는 게 있다. 훈련할 때마다 무릎이 욱신거리고, 새벽 공기가 차가워도 신발끈을 묶으며 속으로 외치는 다짐. 마라톤은 그냥 뛴다고 되는 게 아니다. 42.195km를 버텨내려면 전략, 준비, 그리고 자신을 믿는 마음까지 다 갖춰야 한다. 오늘은, 이 긴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마라톤의 세 가지 핵심을 정리해봤다. 이걸 알고 뛰느냐 모르고 뛰느냐,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1. 체력보다 중요한 건 ‘페이스 조절’이다
마라톤 초보가 가장 많이 망하는 지점은 딱 하나, 처음에 너무 빨리 달린다는 것. 출발 총성이 울리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스피드를 올리게 된다. 근데 그거 아는가? 초반 5km에서 1분 빠르게 뛰면, 후반 5km에서 10분을 더 늦게 뛴다고. 마라톤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완주라는 목표 앞에서는 속도보다 리듬이 더 중요하다. 본인만의 페이스를 지키려면 훈련부터 목표 페이스를 몸에 익히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은 러닝 워치나 앱으로 구간별 페이스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니 적극 활용하자. 특히 30km 이후 '벽'이라 불리는 구간에서 살아남으려면, 체력보다 ‘남겨둔 힘’이 있어야 한다. 끝까지 가려면, 초반엔 가볍게. 욕심은 넣어두고, 리듬을 믿자.
2. 장비는 비싼 게 아니라, ‘익숙한 게’ 최고다
마라톤 장비는 무조건 최신이거나 비쌀 필요 없다. 내 몸에 익숙한 것, 훈련하면서 충분히 길들인 것이 가장 좋은 장비다. 특히 러닝화는 필수. 새 신발 신고 대회 나갔다가 물집 잡히고 발톱 나가는 경우 정말 많다. 마라톤용 러닝화는 발바닥 충격 흡수가 좋은 중장거리용이 적합하고, 자신의 보폭과 발 형태에 맞는 걸 고르는 게 핵심이다. 양말도 중요하다. 얇고 잘 마르는 소재를 고르면 땀으로 인한 마찰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의외로 많이 놓치는 게 의류다. 여름 대회에 땀 안 마르는 면티 입고 나갔다간 지옥이다. 기능성 티셔츠, UV 차단 모자, 간단한 에너지 젤은 기본. 장비는 완주를 위한 동반자다. 몸에 익숙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장비도 적일 뿐이다.
3. 진짜 싸움은 ‘마음속에서’ 벌어진다
30km를 넘어가면 다리가 무겁고, 숨은 거칠고, “여기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진심으로 밀려온다. 마라톤에서 진짜 힘든 건 몸보다 멘탈이다. 그래서 많은 러너들이 말한다. “마라톤은 마음의 경기다.” 이때 필요한 건 기록도, 기술도 아니다. 자신과의 대화다. 어떤 이는 ‘가족 이름’을 팔에 적고 뛴다. 어떤 이는 힘들 때 들을 음악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둔다. 어떤 이는 매 km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소리 내어 외친다.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훈련처럼 반복하는 것이다.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이 터지는 그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마라톤은 기록보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는 여정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