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참가 신청을 누른 그 순간, 사실 마라톤은 이미 시작된다. 결승선을 향한 여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42.195km를 뛴다’는 건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자신과의 오랜 약속을 지켜내는 일이다. 특히 첫 대회를 앞둔 러너라면 “이걸 내가 진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괜찮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다. 중요한 건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오늘은 마라톤 대회를 앞둔 러너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실전 준비 체크리스트 3가지를 소개한다.
1. 훈련은 ‘누적’이 만든다 – 6주 전부터 루틴을 짜라
마라톤을 앞두고 가장 흔하게 하는 실수가 ‘벼락치기 훈련’이다. 대회 한 달 전부터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 오히려 부상 위험만 커진다. 이상적으로는 10~12주 전부터 장거리 중심의 훈련 루틴을 만드는 것이 좋지만,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다면 최소 6주 전부터 주간 훈련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주 3~4회 이상, 한 번에 10km 이상 달리는 날을 포함해 총 주간 거리 30~40km 이상은 꾸준히 확보해야 한다. 특히 주 1회는 ‘롱런’이라 부르는 장거리 러닝(20~30km)을 실시해 체력 분배와 페이스 조절을 몸에 익히자. 중요한 건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는 것. 훈련은 하루 이틀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매일 쌓은 그 시간이 결승선 앞에서 당신을 버티게 한다.
2. 장비와 영양, ‘리허설’이 답이다
마라톤 장비는 대회 당일에 ‘처음’ 써보는 순간 실수로 이어진다. 새 신발, 낯선 에너지 젤, 안 써본 보틀 벨트… 대회 중간에 발에 물집이 잡히고 위가 뒤틀리면 그건 이미 끝이다. 대회 2주 전까지는 실전 장비를 모두 갖춘 상태에서 몇 차례 리허설 훈련을 해보자. 러닝화는 100km 이상 길들여졌는지, 양말은 마찰이 없는지, 옷은 체온 조절이 잘 되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젤과 수분 보충 타이밍은 훈련 중 실제 섭취하며 위장 반응을 체크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공복에 젤만 먹고 배탈이 나기도 한다. 몸에 맞는 브랜드와 섭취 방법을 미리 알아두자. 대회 하루 전엔 탄수화물 로딩(Carbo-loading)으로 근육 내 에너지를 가득 채워두는 것도 잊지 말자. 마라톤은 훈련뿐 아니라 ‘연습된 루틴’이 만드는 경기다.
3. 마인드셋, 결승선까지 끌고 갈 유일한 동력
마라톤 당일, 몸보다 먼저 흔들리는 건 마음이다. 잠 설친 새벽, 출발선 앞에서 느껴지는 낯선 긴장감, 옆 사람들의 탄탄한 몸… 괜히 위축되고, 자신감이 꺾이기 쉽다. 하지만 마라톤은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대화라는 걸 잊지 말자. 달리다 보면 ‘여기서 걷자’, ‘차라리 포기하자’는 유혹이 수십 번 찾아온다. 그때 필요한 건 기록이 아니라 자기와의 약속이다. 많은 러너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든다. 어떤 이는 힘들 때 꺼내 읽을 문구를 손목에 적고, 어떤 이는 러닝 플레이리스트에 가족의 목소리를 녹음해 듣는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의 감동은 그 모든 마음의 싸움 끝에 찾아온다. 그러니 미리 연습하자. 불안과 대화하는 법, 흔들리는 자신을 다시 세우는 법. 그것이 진짜 마라톤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