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날 밤,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해진다. 괜히 러닝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괜히 배가 아프고, 괜히 못 믿겠다. “내일 진짜 뛸 수 있을까?” 누구나 그런다. 그래서 중요한 건 미리 점검하고 마음을 정리하는 것이다. 대회 전날 밤, 가장 중요한 건 잘 자는 것이고, 잘 자려면 준비가 다 끝났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그걸 도와줄 체크리스트를 아래 정리해봤다. 이대로만 준비하면, 내일 아침은 한결 가볍게 출발할 수 있다.
🎽 의류 & 장비 – 익숙함이 최고의 장비다
대회를 앞둔 날,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바로 ‘내 몸에 익숙한 장비들’이다. 어떤 러너들은 최신 기능성 러닝화를 대회 전날 새로 꺼내 신기도 한다. 절대 하면 안 되는 실수다. 러닝화는 이미 수십 km 이상을 함께 달려본, 발이 알고 있는 그 신발이어야 한다. 양말도 마찬가지다. 미끄러지지 않고 마찰이 적은, 평소 즐겨 신던 소재를 선택해야 물집을 피할 수 있다. 상의와 하의는 기온과 날씨에 맞는 기능성 옷을 준비하고, 모자나 쿨토시, 선글라스까지 챙겨두자. 번호표는 반드시 미리 부착해보고, 핀을 사용할 경우에는 러닝 시 찌르지 않는지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러닝 벨트나 보틀 캐리어, 워치, 스마트폰 충전까지 완료했다면 절반은 준비 끝이다. 마라톤은 결국 ‘익숙한 도구’로 ‘비상 상황을 줄이는 경기’이기도 하다.
🍌 보급 & 영양 – 먹는 것도 전략이다
마라톤에서 음식과 수분은 ‘연료’다. 자동차에 기름이 부족하면 멈추는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다. 전날에는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되, 과식은 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파스타나 밥 등 소화가 쉬운 탄수화물을 중심으로 식단을 구성하고, 지나친 지방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특히 대회 중 사용할 에너지 젤은 미리 섭취해보고 위장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공복에 젤을 먹고 탈이 나기도 한다. 수분 보충은 전날부터 조금씩 나눠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며, 무리한 수분 섭취는 오히려 컨디션을 해칠 수 있다. 마그네슘이나 전해질 보충제를 챙기는 것도 좋다. 단순히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먹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계획해야 한다. 먹는 것도 실전이다.
🕖 스케줄 & 동선 – 동선 파악이 여유를 만든다
대회 당일, 예상 외의 돌발 변수는 모두 ‘동선 확인 부족’에서 생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대회장 위치와 집결 시간 확인이다. 교통편은 자차인지, 셔틀인지, 대중교통인지 정확히 체크하고, 소요 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야 한다. 도착 후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화장실은 어디 있는지, 물이나 보급소는 몇 km 간격으로 있는지도 미리 확인하자. 도로 통제로 평소보다 이동이 더 느릴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번호표 수령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회장 입장 시점보다 최소 1시간 전에는 도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날씨에 따라 어떤 복장을 입을지 미리 조절해두고, 비나 바람 같은 기상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아이템도 준비하자. 동선이 명확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경기에도 집중할 수 있다. 결국 준비는 '불안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 컨디션 관리 – 몸보다 마음을 달래는 시간
전날은 더 이상 무리한 훈련을 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쉬는 게 훈련이다. 손톱, 발톱을 정리해 작은 마찰도 줄이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자. 쇼핑이나 장시간 외출 등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엔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숙면을 유도하자. 불면이 걱정된다면, 침착하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보는 것도 좋다. 출발선에 서 있는 자신, 사람들의 응원 속을 달리는 장면, 그리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잠이 잘 오지 않아도 괜찮다. 오히려 너무 긴장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컨디션 조절은 단지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게 마라톤의 마지막 준비다.
💡 Tip!
잠이 안 오더라도 걱정 마세요. 전날 완벽한 수면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안정감입니다.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몸은 알아서 달려줍니다.